Alum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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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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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김동훈, (주)유신 레저조경부)
어릴적 보던 드라마에서 잘생긴 주인공이 회전문을 지나 회사 출입증을 찍고 사무실로 가는 그 모습이 멋있었고, 왜인진 모르겠지만 경영학과를 나와야지 그런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수학과 과학은 잘 못한다고 느껴서 문과가 적성에 맞는 것이라 여기고 경영학과를 나와서 출입증을 찍고 회사를 가는 꿈을 꾸었다. 아이러닉하게도 문과임에도 수능날 언어 대신 수리의 점수가 높았고, 선생님은 점수를 토대로 이공계열로 가되 자율전공이라는 학부에서 전공을 찾아보라셨다. 조경이 뜨고 있으니 그 쪽으로 가보라는 말과 함께. 조경을 배우기 1년 전이었다. ...중략...
2020년을 마감하며
(이세희, STUDIO101)
엊그제였던 것 같은 2020 신년회를 돌아본다. 정신없이 메일을 보내고 나니 밤 9시였다. 근무지인 문정동에서 시대조경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 잠깐 고민을 하고 어차피 늦었으니 편하게 가자는 생각에 택시를 잡았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누군가는 집으로 향했고, 또 누군가는 거나하게 취해 있던 2차 모임 중반이었다. 코트와 가방을 내려놓고, 남은 간식거리로 허기진 배를 얼추 채우고 나서야 월간 테라의 연재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나도 연재 필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며칠 후에 12월호 담당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받고 그래도 당장은 마감이 닥치지 않겠다는 안도감에, 이 일을 ‘으악!’ 하는 외마디 비명 수준으로만 가볍게 받아들였던 나를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중략...
떠나간 자의 회고록
(한승욱, 뭐하농 대표)
3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주제를 유심히 보다 보니 '떠나간 놈'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조경 현역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떠나간 자로서의 여유로움을 이야기해주면 그들은 분노를 일으킬까, 아니면 위로가 될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6시에 일어나 버섯을 따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그러다 7시가 되니 장성규의 굿모닝 FM에서 부장님 개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립대 가면 손이 시립대' 라고 말이다. 웃음이 나오기보다는 밀린 글쓰기가 먼저 떠올랐다. '아~ 해야지' 이 글은 학도이자 생존의 도구로 15년간 조경에 기생하다 35살에 귀농하여 농사꾼으로 살고 있는, 떠나간 자의 회고록이다. ...중략...
도구
(최진호, 스튜디오테라/시대조경)
내가 다니는 직장 근처에는 생각보다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지만, 조경설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의 갑옷을 걸치고, 연필 한 자루를 무기 삼아, 한글병, 캐드병, 3D병, 일러스트병들을 진두지휘한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부터 왕이 될 상이였을까? 현재까지 장기 집권하는 조경왕들은 대부분 연필로 그들의 생각을 표현한다. 비교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절약, 마치 손가락 같은 그립감, 그들에게 있어 연필은 적응 완료된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도구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도구는 많아졌다. 그들의 시대가 지나고, 사각사각 소리보다, 타닥타닥 소리가 익숙한 우리의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을까? ...중략...
공원아카이브 의미 환기를 위한 짧은 글
(최은실, 연수당)
우리는 기록을 통해 과거의 활동을 현재로 불러올 수 있으며, 이를 다시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정리한다. 이용자와 기록이 만나 기록의 재현성이 꽃피는 순간, 기록의 의미는 완전해진다. '의미 있는' 기록으로써 아카이브가 기록이 가진 이런 재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록은 신뢰성과 진본성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기록의 생산맥락을 보존하는 노력이 보존기록관리 과정이 수반된다. 그 맥락을 보존하는 일, 이것이 바로 '정리'이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