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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월간테라

김아연

몇 달 전 「환경과조경」 김모아 기자가 「월간테라」를 물어왔다. 편집 회의 중 잠깐 언급된 모양이다.
지금은 「ELLE」지에서 활동하는 윤정훈 기자도 수년 전 「월간테라」를 구독한다고 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설계연구실이 10년 되던 해, 여느 연구실처럼 파티를 하자, 책을 내자, 졸업생들은 뻔한 기념행사꺼리를 던졌다. 형식적인 한번의 행사가 싫기도 했지만 10년의 성과는 단연 사람이었다. 차라리 스튜디오테라를 거쳐간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로 또 다른 10년을 이어가면 어떨까. 그렇게 각자의 현재를 편하게 돌려가며 쓰기로 약속한게 「월간테라」다.

그들에게 중요한 땅(terra) 사진 하나를 같이 올리기로 했다. 우리끼리야 아는 사람 이야기니 소소한 재미가 있겠지만, 두 기자님처럼 조경계 글쟁이들이 관심을 가져주는게 이상했다. 이게 뭐라고. “월간”이라는 말은 몇편이 지나면서 무색해졌고, “계간”에서 “연간”으로 늘어지며 지금은 “폐간” 직전이다. 가끔 그들을 만나면 누가 쓰기로 했는데 안써서 이렇다는 둥, 그러면 니가 먼저 쓰라는 둥, 안쓰면 결혼식에 안가겠다는 둥, 묘한 눈치게임을 즐기는 눈치다. 자기가 쓰겠다는 말은 선뜻 안하지만 그래도 이어가자고 한다. 참 귀엽고 이상한 녀석들이다.

그만두자 싶어 들춰보니 손때 묻혀 내보낸 청년들이 틈을 내어 쓴 글이 열 두편이나 된다. 이 시대 보통 청년들의 이야기, 조경을 배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가공되지 않은 목소리는 여전히 시행착오 중인 내게 소중한 거울이다.

한 편의 글로 자신의 작은 조각을 공유해온 청년들과 함께 “월간”을 보장할 수 없는 간헐적인 「월간테라」를 다시 시작한다. 편집자 없는 이 공간에서 나 역시 조금 더 부지런하게 그들과 생각을 나눌 작정이다. 이제 다시, 리부트를 시작하는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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