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um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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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인 고군분투기
조경인 고군분투기 (노민욱, 충북대학교 시설과)
사설(私說)1
‘월간 테라’ 의 명명은 아마도 ‘월간 윤종신’ 과 같이 꾸준한 직업관의 표출을 의도로 한 기획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형식과 질을 접어두더라도 사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헌(?)동문들과 새로운 동문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부디 오랫동안 기획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조경에 대한 심오한 연구와 철학은 존경하는 선후배님들께서 질리도록 할 것이고, 이번엔 짧은 시간 겪었던 조경라이프를 맥락없이 떠들어 보기로 한다.
건설사회의 자본주의 조경
조경이라는 틀 안에 살던 N모씨는 대학원 졸업 후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보이지 않는 마감에 쫓기고, 언제 깎일지 모르는 예산에 쫓기고, 월급은 우리 사장님이 주는데 다른 회사 팀장에게 쪼임과 갈굼을 당한다. 그러다 재미난 상황을 발견했는데, 사회에서 느낀 조경의 포지션이 그동안 배웠던 조경하고는 뭔가 다른 것이다. 막연히 조경을 종합예술이니 아름다운 자연의 인위적 구현이니 땅을 주무르는 대지의 예술이니 라고 생각하고 또 믿고 싶었으니깐.
사회에서 모든 것은 자본의 논리였다. 그리고 사회초년생의 피부로 느낀 조경의 포지션은 생각보다 매우 작았다. 건설회사 조경부서를 다닌 시절엔 공사수주 업무를 맡았는데, 하루종일 입찰사이트를 뒤져 조경공사를 검색하면 공고가 한달에 한번 나올까 말까했었다.(물론 회사규모가 크다보니 적정한 이윤을 남기려면 꽤 큰 금액을 대상으로 찾아본 것이다) 그만큼 규모가 있는 조경공사라는 것은 희소성이 있었고, 그것의 수주를 위해 여러달 밤을 새서 기술제안서를 작성하거나 입찰금액을 넣는 셀 한칸에 기도를 다할 정도였다.
대신 심심찮게 나오는 건축공사에 부대되는 조경 금액은 우리 조경부서를 존재하게끔 하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200억짜리 건축공사는 쉴 새 없이 공고가 올라왔고, 그에 부대되는 조경예산 편성은 내 책임이었다. 평균 5억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더 깎으라 한다. 건축공사액 부가세(10%)만큼도 안되는 금액임에 불구하고 건전기토조(건축,전기,기계,토목,조경)라는 공종내역 테두리안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당연히 총공사금액 3%도 안되는 현장에서 목소리를 낼 힘이 있을 리가 없다. 식재지에 뿌려져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긁어내고, 뿌리분 위의 자재 좀 치워달라고 부탁하기에 바쁘다. 나무를 심기 위해 흙을 파다 협의되지 않은 배관이나 전기선을 끊어먹고 욕을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조경은 마무리 공종이기에 준공시기가 임박한 현장에 투입되고 나면 준공지연에 대한 책임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게 속전속결 마무리 식재 후 또다른 건축현장으로 떠날(도망갈) 채비를 한다. 그러다 옆의 건축공무가 하는 얘기를 듣는다.“조경이 참 가성비는 좋아. 담에는 더 줄여도 되겠어.”
전문가가 되는 방법
지금 나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조경을 담당하고 있다. 조경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신기한 일인가 보다. 확실히 조경학과, 조경학과 대학원, 조경부서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조경을 한다는 것은 외부인에게는 꽤나 색다른 직업일 수도 있겠다. 직원 535명 중에서 조경하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으니깐. 그러다 보니 조경에 대한 질문이 집중된다. 저건 무슨 나무에요. 이 풀 이름은 뭔가요. 꽃은 무슨 색이 피나요. 등의 간단한 질문부터 이 나무는 왜 죽는 건가요. 단풍은 왜 드는 건가요. 이 꽃은 왜 혼자 늦게 피나요 등의 살짝 곤혹스러운 질문까지 받아본다. 연차가 쌓이다보니 이제는 얼추 대답이 가능하지만 처음에는 뜨끔했다. 질문에 주춤거리는 순간 조경인으로서 쪽이(?) 팔린다는 생각에 학창시절 박아뒀던 수목도감과 수목생리학 책을 다시 펴보기도 했다.
재작년에는 신축도서관에 부대되는 조경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2천평이 넘는 도서관 앞 광장을 계획하였는데 건축상사는 수목을 단 두 그루만 심어 잔디광장의 역할을 극대화 시키고 싶어했다. 상사는 직접 학내에서 대형목 두 그루를 선별하여 광장에 가져다 놓았고, 건물 옥상에서 2시간이 넘게 무전기를 통해 직접 나무를 이리저리 배치하여 내게 상세한 의견을 구하였다. 나무 높이에 후면 건물이 얼만큼 가리는지, 두 나무의 간격은 어떤지, 잔디밭 중심에다 심어야 되는지, 공간의 전체적인 경관이 어떤지, 학생들이 걸어 들어와서 어디에서 돗자리를 필건지, 어디에 앉아서 친구를 기다릴 것인지, 잔디밭 사이 공간에는 어떤 문화가 펼쳐질 건지... 비록 내가 제안한 것과는 다른 컨셉이었지만 머릿속에 추구하는 경관과 사용자의 행태를 염두에 두며 현장에서 고민하는 모습에 감탄과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문가가 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부족한 모습은 반성하고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내가 성장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고여있는 것이다. 전 회사에서 상사에게 들었던 질책 중에서 아직까지 가슴에 박혀있는 말이 있다. “넌 기술자라는 놈이!” 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서 꽤 오랜 기간동안 반성했던 것 같다. 전문가는 하다보면 나중에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 순간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사설(私說)2
한때는 젊은 치기에 조경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실무를 하고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아직 배울게 더 많구나 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조경이라는 학문과 기술을 배운 자로서, 사회에서 인정받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이 행복한 결과를 내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설계든지 시공이든지 건설사든지 공무원이든지, 또는 조경이든지 아니든지, 조경의 인접된 부분이든지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여러분께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의 조경은 어떠합니까. 난 아직도 멀었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