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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조경이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송민원, MDL/시대조경)

월간 테라 라는 큰 플랫폼의 첫 시작을 맡게 되어 당황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마감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감 시간이 되어서야 시작하는 이 안일한 태도를 반성한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나머지 반만 하면 될 것 같은 기분이라 괜스레 여유를 부려본다.

 

월간 테라의 첫 글이 무엇이 되어야 할까 수많은 고민을 하다, 글의 주제를 정하는데 한 달을 꼬박 소비해 버렸다.

나는 그냥 우리 연구실의 선후배를 떠올리며 생각난 첫 주제를 쓰기로 했다. 조경을 심도 있게 배워보려 했고 조경을 통해 무언가 이루고자 했었을 그대들의 초심을 자극했던 조경이라는 일에 대해. 제목은 거창하게 썼지만, 너무 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는 게 목적이다. 나는 단순히 큰 주제를 던지고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우리의 플랫폼에서 생겨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경이 하는 일

우리는 조경을 배우고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조경이 하는 일이라 하면 계획, 설계, 시공, 관리, 연구 등의 범주로 나누어 생각하기 마련일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되면 우리의 업역이 너무 단순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만이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위 조경의 범주로 계획에서 설계, 시공, 연구까지 거의 모든 범주를 다하고 있는 작은 조경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 분야만 하기엔 작은 회사에 들어오는 일은 너무 사소한 것들도 많고 일을 많이 해야 유지가 되기에, 작은 회사가 되면 모든 걸 다 할 수밖에 없어지더라.

이러한 일을 하면서 현장에 나가거나, 무언가 개발을 위해 회사를 찾아오는 조경에 무지한 사람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조경이 이런 것도 하나요?'이다. 이 말인즉슨 조경은 다양한 일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조경이 우물안에 갇혀서 하던 일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다양한 스케일을 아우르고 다양한 작업과 공정을 진행하는 데 비해 너무 하던 일만 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들어오던 말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면 조경의 업역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까?

 

 

조경이 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고있는 일 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계획이나 연구를 하다 보면 도시적 스케일을 넘어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설계하면서 건축에 더 좋은 파사드, 자연과의 조화, 경관적인 완성을 위해 건축적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현장에서는 정지에서부터 사소한 연출 건축이나 토목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의 해결방식까지 제시하는 업역을 아우르고 있다. 무언가 슈퍼히어로가 모든 일을 하는듯한 느낌이 든다. 너무 조경을 찬양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일들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의 확장 가능성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런 데 비해 우리의 태도와 행동은 어떤가? "그건 건축에서 해줘야 하는데요", "그건 토목에서 해줘야지", "건축도면 오면 맞춰서 하면 되지!" 이러한 태도로 일을 대하고 있지 않은가?

나 또한 이렇게 행동했던 일들이 있기에 반성을 하고 있다. 우리의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었다.

반면에 건축은 본연의 업역 이외에도 아카이브와 전시, 연구, 투어 등 다양한 문화 행사, 역사, 기술, 실험 등 다양한 이벤트들과 실험적인 태도로 업역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도 이러한 이벤트들을 진행하긴 하지만 굉장히 소극적이다. 건축이 하는 행동들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하던 일만 하고 있지 않은가? 조금 더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해야 하지 않나? 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찾아내고 도전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못 하는 일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진 말자!!!

우리가 해야 할 일

조경을 하다 보면 우리가 보는 시각이나 행동에 따라 도시나 건축의 모습이 180도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 건축이 자연과 대응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 서로의 존재를 더 부각하거나 순응하게 되도록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행하는 조경의 궁극적인 목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과 도시가 자연과 건축이, 자연과 자연이 소통하도록 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연구실 모임을 해보면 정말 하는 일이 다양하다, 설계하는 사람, 시공하는 사람, 연구하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 건축하는 사람, 토목을 하는 사람, 플로리스트가 된 사람 등 직업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리라.

다양성, 확장성을 잃지 말자!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는 것, 냉소주의적 성향을 버리는 일, 조경이라는 영역이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두서없이 써 내려간 이 글이 읽는 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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